[기고] 국내 정치와 세계화 ‘잘못된 만남’

지난 대선 재검표 청원운동이 국경을 넘어 백악관 청원 사이트와 CNN 등 해외로까지 확장되는 소동이 있었다. 아직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직접 당사자인 문재인 후보가 이런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일단 ‘작은 소동’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한국정치사에서 부정선거와 관권선거의 경험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쟁취 이후 개표 과정에서 단순한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이정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따라서 이번 재검표 청원 소동은 상식의 차원을 벗어난 것이며, 나아가 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에게도 자괴감을 주는 정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주체와 주제의 다양화라는 글로벌 거버넌스 권력구조의 주요 개념과도 대치되고, 결국 정보화와 세계화 흐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세밀한 네트워크로 구성된 현대사회에서 그물망의 범위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보통신 발달로 세계는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다. 정치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군사,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말 그대로 지구촌이다.

국제정치학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대두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슈와 어젠다(의제)를 국가라는 전통적 행위 주체의 독점권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즉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국제제도 개선 작업에 각 ‘지구인’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그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효율적인 규칙과 규범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는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다양한 유통과정을 거쳐 개별국가의 문제가 국제이슈로 확산되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북 식량지원과 같은 문제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반해 이번 재검표 소동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긍정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국내 정치 및 남북관계의 갈등 국면에서 이와 같은 국내 정치와 세계화의 부정교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확산하려는 이기적 행위는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 발전에 오히려 역효과만 줄 뿐이다. 이번 재검표 소동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서도 일방적 논리로 국내 논쟁을 국제이슈화하려는 일부 단체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진보와 보수 어느 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지향하는 행위주체의 다양화는 사실(fact)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하고, 또한 실효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국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노력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 및 국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정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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