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권 정치학박사 |
김정일이 8월 26일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은 지난 천안함사태 이후 국제적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불과 3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방중이라 하겠다. 특히 이번 방중에는 중국과 북한의 긴밀한 정치·경제적인 상호 레버리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북중회담이 ‘장기간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됐다는 여러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첫 번째,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히 꺼리는 김정일이 북한 기자들을 대거 수행시켜 이번 방중을 국내 선전용으로 활용하려 한 점이다. 이것은 그의 3남 김정은이 중국 최고 권력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융성한 축하를 받으며 후계승계를 받는 것처럼 하기 위해 위장된 장면을 화려하게 조명해 인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부자세습이 마치 국제적으로까지 그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가 영도력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공로도 있는 것처럼 선전할 계획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제스처를 모를 리 없는 중국의 최고 권력자가 이 연극 놀음에 적극 동참한 이유가 두 번째 이유다. 즉 이번 방중은 후진타오 주석에게도 정치·경제적으로도 매우 절박한 필요에 의한 것이란 것이다. 중국은 국경선을 넘어 자유롭게 북한의 나진항으로 진입해 동북 3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김정일로부터 나진항을 중국에게 완전 개방하는 ‘초국경’이란 정치적 결단을 얻어내기 위해 시기적으로 매우 절실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방중 기간 내내 미녀 비서 6명을 대동시켰는가 하면, 27일에는 후 주석과의 만찬석상에 전복과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나왔으며, 가무극단의 노래와 춤을 관람하는 등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흥겨움이 있었다는 사실은 북중 상호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방중 마지막 날인 30일 평양예술단원 40명을 중국 베이징(北京)에 보내 ‘사랑해요. 중국’이란 노래를 중국어로 부르게 해 북중동맹을 과시했다.
이제 김정일은 평양으로 돌아갔지만 한반도는 방중밀담의 결과 중국 주도로 나진주변지역 국경이 뚫리는 ‘초국경’화 될 매우 심각한 상황이 관측된다. 역사적으로 동북3성은 단 한 번도 한족에 의해 통치된 적이 없었다.
이곳은 고조선과 고구려 및 대조영의 발해와 고려가 지배했고 마지막으로 조선이 통치한 간도 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서남공정(西南工程)과 더불어 서장자치주(티베트)를 군사적으로 침탈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동북공정(東北工程)해 동북3성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하고, 동시에 한반도 북단의 고구려 역사까지 중국 역사에 편입시킴으로써 북한지역 역시 그들의 자치주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이번 김정일과의 밀담에서 나진항 일대의 국경선을 중국이 원하는 ‘초국경 지대’로 허물고, 김정일이 이를 허용했다면 두만강 일대의 경제권과 더불어 군사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과 함께, 독주하는 것을 막아내기 매우 어려운 심각한 형국이 됐다. 만약 북한이 유사시 정권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중국이 고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은 한낱 북한의 후계구도 승계를 성사시키기 위해 나진지대 국경선의 의미까지 중국에 포기했다면, 김정일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위중하고도 반민족적인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일의 이번 방중으로 남긴 것은 오로지 중국이 그토록 숙원한 나진지대 ‘초국경’화를 허용한 것으로 동북공정의 날카로운 깊은 상처만 남기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