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 학회의 국제이사인 잔더빈(상하이대외경무대학) 교수가 연태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여 세계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中 위상, 아직 갈 길 멀어… 한·중 문화교류 확대해야”
“중국과 한국은 유교적 전통, 일본의 침략을 받은 점 등에서 문화·역사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큽니다. 양국 국민이 서로를 잘 이해하면 아시아의 번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잔더빈(詹德斌·38·사진) 중국 상하이대외경무대학(上海對外經貿大學) 교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한국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이 주변 국가에 배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 “진정 강한 나라가 된다면 (역사에서 보듯) 포용성을 더욱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2010년 한국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등을 연구한 적이 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질서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G2’(주요 2개국)로 평가받은 중국의 위상에 대해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잔 교수는 “경제만 봐서는 안 된다. 나라가 잘산다고 국민이 잘사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의 발전을 강조했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 섞인 시선이 기우일 뿐이라는 시각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진정으로 강한 나라는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다. 문화가 강해지면 (주변국에 대한) 포용심도 넓어진다”며 “강력해진 중국이 주변국에 대해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시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화교류의 촉진’에 공통된 인식을 보인 것을 주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미국을 고려해야 하는 정치·경제 분야와는 달리 문화 분야는 한·중 양국이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이뤄 나갈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한국의 외교를 우리 민족 특유의 ‘한(恨)’의 정서로 분석한 시각은 독특했다. 잔 교수는 ‘제10차 한국평화연구학회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한이라는 한민족의 심리 특징과 한국 외교’라는 논문에서 ‘해한(解恨) 외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전근대 시대 중국 왕조의 침략, 일제의 강점, 미·소 냉전으로 인한 분단 등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당한 피해에서 비롯된 한을 풀기 위한 노력이 한국의 외교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진정어린 사죄를 하고, 중국도 과거 역사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유감을 표시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역으로 한국에 대해서는 주변 강대국에 대한 이 같은 일종의 ‘콤플렉스’를 해소해야 “당당하고 떳떳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옌타이=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