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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경기시론]남북 이산가족상봉,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윤황 수석부회장

   
        ▲ 윤황 선문대 교수

최근 우리에게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측은 지난 16일 적십자사 총재의 명의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접촉을 오는 23일 판문점(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제안했고, 이에 북측은 이틀 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상봉 실무회담을 금강산에서 갖자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과 북은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판문점과 금강산 중 어디에서 개최할 것이냐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남은 이산가족상봉행사 개최문제와 금강산관광사업 재개문제를 분리해 ‘판문점’에서, 북은 두 문제를 연계해 ‘금강산’에서 갖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서 벗어나 남과 북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동포애적 차원에서 이산가족문제의 해결문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남과 북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산가족들이 이산의 슬픔과 망향의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남북이산가족 중 대다수의 고령자들이 가족상봉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있다. 예컨대 1988년 이후 국내의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12만8천842명이었다. 그 중에 현재 80% 이상이 70을 넘긴 고령자이다. 더구나 올해 7월 말 기준에서 5만5천960명이 사망함으로써 현재 7만2천882명 정도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회담장소 문제를 놓고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상봉소망을 외면하는 것은 하나의 죄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남과 북이 하루속히 이산가족상봉의 실무회담을 개최하여 반드시 상봉행사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대면상봉과 화상상봉이 모두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의 대면상봉은 2008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개최돼 왔지만, 2010년 제18차 행사(10.30~11.5)를 끝으로 약 3년 동안 중단되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화상상봉도 2007년 제7차 행사(11.14~15) 이후 6년여가 되도록 중단된 실정이다. 지금까지 18차례의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통해 만난 인원은 겨우 2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는 이산가족의 총인원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한 것이다. 남과 북의 분단으로 인해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의 수만 해도 약 767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남과 북이 모두 합치면 그 수가 약 1천만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국가들 중 유일하게 남과 북이 여전히 통일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문제도 해결보다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하나둘씩 눈을 감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올해 ‘8·15 광복절’의 경축식 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전후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도 같은 문제인식을 담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산가족의 상봉확대와 상봉정례화가 반드시 구체화되길 희망해 본다. 기본적으로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은 어느 정권이나 정부의 자선이나 시혜에 따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으로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국제법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미래발전의 관점에서도 남북이산가족문제 해결이 선행될 때 남과 북은 신뢰회복과 신뢰구축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 진정성의 신뢰관계 구축만이 개성공단사업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 박근혜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사업 추진도 가능해질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반세기 넘도록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서로 떨어져 살도록 방관하고 무관심하고 외면하고 말 것인가? 그건 아니다.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맞아 당장 이산가족상봉에 나서도록 하자. 올해 추석엔 남과 북, 이산가족 모두가 서로 오갈 수 있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보자. 일년 중 명절 때만이라도 남과 북의 이산가족 모두가 그리운 고향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피를 나눈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들과 같이 만나보도록 하자. 더 이상 미루지 말자. 이젠 끝내자. 하루속히 이산가족의 고통을 끝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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