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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13추계공동학술대회 기사

세계일보

“中은 소수족에 우대정책 펴지만 日은 배타적”

평화연구학회 등 ‘다문화·디아스포라’ 학술대회

 

2013년 9월 기준으로 181개국에 701만2492명의 재외동포가 살고 있다. 그들은 거주국에 한국을 알리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특히 결혼을 해서 입국하는 외국 여성은 2012년 기준 2만637명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재외동포와 결혼 이주여성은 인적인 글로벌화를 상징하며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자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이들이 각 거주국의 문화와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의 여부. 한국평화연구학회, 한국민족통일학회 등의 주최로 지난 8일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와 디아스포라, 통일과 평화, 그리고 인류사회: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소통’은 이 같은 주제에 천착했다.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의 중대한 걸림돌인 북한의 핵문제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재외동포의 ‘문화변용’과 여성 결혼이민자의 ‘시민권리’

700여만명의 재외동포를 거주지별로 보면 동북아(중국·일본)에 346만여명(49.4%)이 살고 있어, 북미(229만여명·32.8%)와 유럽(61만여명·8.8%) 등에 비해 훨씬 많다. 동북아 재외동포들의 ‘문화변용’(새로운 사회에서 이주민의 삶과 적응 문제에 천착하는 학문적 개념)에 대한 탐구는 이런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이 우리와 가장 밀접한 국가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선봉규씨, 같은 학교 디아스포라학협동과정의 이정인씨의 ‘동북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문화변용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 2월 중국 연길의 조선족, 일본 도쿄의 재일교포 2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분석한 이 연구에 따르면 동북아 코리안은 중국, 일본 사회에 적응하는 데 전반적으로 ‘통합전략’을 많이 구사한다.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정착사회의 문화 수용 및 사회적 관계 형성에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집단 간에 차이는 존재한다. 주변화 경향은 재일 코리안이 조선족보다 높다. 두 연구자는 “정착사회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 및 지배민족의 편견과 차별적 태도에서 비롯한 차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헌법과 법률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 정책을 취하고 민족 자치를 구현하는 반면 일본은 외국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차별적, 배제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에서 ‘고교무상화법’의 유일한 예외로 조선인학교를 배제한 것은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재일 코리안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전남대 BK21플러스 글로벌디아스포라 인재양성팀의 이소영씨, 같은 학교 디아스포라협동과정의 노르보슨씨의 시선은 한국 내의 여성 결혼이민자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광주·전남지역 여성 결혼이민자와의 심층면접을 통한 ‘여성 결혼이민자의 다문화시민권리 연구’에서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의 시민으로서 기존 한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접받고, 순조롭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선 강조했다. 모국어를 사용하고 모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바란다는 것이다. 두 연구자는 “이런 공간을 여성 결혼이민자 스스로 만들기는 어렵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읍·면 단위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과 같은 여성 결혼이민자 출신의 정치인 배출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적극적인 지지 의견과 함께 한국에 대한 지식, 경험의 부족 등을 이유로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독립적 생활의 기반이 되는 취업에는 모두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한국평화연구학회 등의 주최로 지난 8일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 동북아 핵확산 촉발


동아대 이헌경 교수는 발표문 ‘북한의 핵무장과 동북아시아 핵도미노’에서 북한의 핵무장이 한국, 일본, 대만의 핵보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일본. 비핵 3원칙, 1945년 핵폭탄 투하,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 노출 등으로 일본은 제도적, 정서적으로 ‘반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며 자국 방어를 위해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교수는 “일본은 핵폭탄 2000기를 만들 수 있는 40t 이상의 플루토눔을 비축하고 있다. 30∼40년 전 원폭 제조에 필요한 실험을 끝냈고, 핵폭탄을 만들어 대륙간탄도탄 수준의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일본 핵무장론’에서 나타난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핵주권론’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북한 핵무기가 한국을 직접 겨냥하고, 동북아 주요 국가들이 핵무기로 무장할 때, 자위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핵을 보유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만 역시 핵보유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이룰 때 “방어적 현실주의에 입각해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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